아이폰 듀오 이후의 통신기기와 사이보그를 위한 보안
아이폰 듀오의 출시 발표를 계기로 미래 통신기기를 상상한다. 신경계와 연결된 기기의 해킹 위험, 사이보그를 위한 보안과 국제 협력 기관, 지금 준비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본다.
애플이 접히는 아이폰을 공개했다. 아이폰 듀오의 출시 발표는 2026년 9월 9일에 있었고, 실제 출시는 10월 23일 예정이다.
접어서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넓게 펼쳐 쓴다는 방식이 반갑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기기로 글이나 영상을 더 큰 화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통신기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려면 여전히 기기를 꺼내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다. 음성으로 조작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리 내어 말하기 어려운 장소나 상황이 있다.
나는 언젠가 통신기기가 몸과 신경계에 직접 연결되는 미래를 상상한다. 화면을 켜거나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보내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모습이다. 그런 연결이 가능해진다면 손을 움직이거나 말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의사를 전할 방법이 더 늘어날 수 있겠다.
신경계와 연결된 기기라면 보안을 생각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어떤 신호를 읽고 어느 기능에 개입할 수 있는지에 따라, 해킹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신체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통신을 기대하는 만큼, 그 연결을 누가 통제하고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손바닥 속 전화기에서 신경계에 연결된 통신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12년 리메이크 영화 《토탈 리콜》에 나오는 손바닥 속 전화기다. 기기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대신, 손에 삽입된 기기로 전화를 받는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사이버펑크 2077》의 신경계에 연결된 사이버웨어와 사이버덱이 떠오른다. 몸에 연결된 장치로 다른 사람과 통신하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모습이다.
두 모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손바닥 속 전화기는 기기를 몸 안에 넣은 것이다. 신경계와 직접 연결하는 통신은 사람이 기기를 조작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뇌의 신호로 메시지를 작성하거나, 전달받은 정보를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화면과 키보드를 사용하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 전에 안경, 이어폰, 손목에 착용하는 기기가 더 많은 기능을 맡을 수도 있다. 몸에 착용하는 기기와 몸 안에 삽입하는 기기가 용도에 따라 공존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중에서도 신경계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미래의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뉴럴링크의 구상이 알려진 지도 9년이 넘었다
일론 머스크가 뉴럴링크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한 지도 꽤 오래됐다. 그는 인간과 AI의 긴밀한 결합, 그리고 이를 위한 뇌와 컴퓨터 사이의 고대역폭 연결을 이야기했다.
뇌와 컴퓨터를 결합한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게 되기 훨씬 전에 디지털 초지능이 발전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2017년 4월 20일 공개된 팀 어번의 뉴럴링크 인터뷰에 실린 머스크의 발언을 번역했다. 2026년 9월인 지금으로부터 9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가 이 기술을 인간과 AI가 함께 발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실제로 달라진 것도 있다. 뉴럴링크는 2026년 1월 공개한 임상시험 경과에서 참가자들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일부는 보조 로봇팔을 사용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장치는 손과 팔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서 신호를 기록하고 이를 디지털 명령으로 변환한다. 마비로 어려워진 활동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구체적인 사용 사례는 뉴럴링크의 임상시험 경과에 정리돼 있다.
이 성과를 보면 사이보그라는 말이 예전만큼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의 기술로 사람의 모든 생각을 읽거나 기억을 내려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신호를 해석해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에서, 감각과 기억을 폭넓게 다루는 기술까지는 아직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넘어서는 미래를 상상하면 《공각기동대》의 전뇌 접속이 떠오른다. 작품 속 전뇌는 사람을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하고, 정보 공유와 기억의 이용까지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외부 간섭과 해킹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내가 상상하는 것은 이런 접속이 일상이 된 모습이다. 별도의 화면을 켜지 않고 상대와 대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확인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터넷 속 환경을 감각으로 경험하는, 이른바 딥다이브에 가까운 접속도 가능할지 모른다. 장소와 손에 든 단말기에 덜 구애받는 통신이다. 물론 이때도 몸 안팎의 장치와 통신망은 필요할 것이다.
기억이 조작된다면 피해를 어떻게 알아챌까
통신기기가 몸과 신경계에 깊이 연결될수록 해킹으로 생길 수 있는 피해도 달라진다. 신경 신호가 유출되거나,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가 변조되거나, 몸에 연결된 기기에 잘못된 명령이 전달될 수 있다. 뇌에 자극을 주는 기능까지 있다면 그 기능에 대한 접근 권한은 특히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기억을 소거하거나 조작하는 범죄다. 내가 기억하는 경험을 누군가 바꿀 수 있다면, 피해를 알아차리고 설명하는 일부터 어려워질 것이다. 내가 내렸다고 믿는 판단에 다른 사람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생긴다. 《공각기동대》가 전뇌 해킹을 통해 보여 준 문제이기도 하다.
기억에 개입하는 연구 자체는 이미 있다.
MIT의 신경과학자들은 생쥐의 뇌에 거짓 기억을 심을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2013년 7월 25일 MIT가 발표한 연구 소개 중 결과를 설명한 구절을 번역했다. 특정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극해, 실제로 위험을 겪지 않은 장소에 공포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기억 연합을 만든 실험이다.
정교하게 준비된 동물실험의 결과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이것을 사람의 특정 기억을 원격으로 골라 지우거나 다른 기억으로 교체하는 기술이 확보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내가 걱정하는 범죄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고 관련 보안 연구를 나중으로 미룰 이유도 없다. 소비자용 뇌파 기기의 반응을 분석해 사적인 정보를 추론할 가능성은 이미 연구됐다. 자유롭게 생각을 읽는 기술은 아니지만, 신경 데이터가 새로운 개인정보 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문제를 다룬 것이다. 구체적인 실험과 한계는 2012년 USENIX에 발표된 뇌 인터페이스 보안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이보그를 위한 ICE를 만든다면
나는 여기에서 사이버펑크 작품에 등장하는 ICE를 현실의 과제로 생각해 보고 싶다. ICE는 흔히 ‘Intrusion Countermeasures Electronics’로 풀어 쓰는, 침입을 막는 보안 시스템에 대한 허구적 명칭이다. 현재 뇌 보안 제품의 공인된 표준 이름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몸과 신경계에 연결된 시스템을 보호하는 기술을 상상하기 위해 이 이름을 빌려 쓰려 한다.
현실의 ICE를 만든다면 보호해야 할 범위는 넓을 것이다. 뇌와 접촉하는 장치뿐 아니라 펌웨어, 무선 연결, 연결된 휴대전화, 병원의 관리 시스템, 신경 신호를 해석하는 AI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어느 부분을 신뢰할 수 있고, 누가 무엇을 변경할 수 있으며, 이상이 생겼을 때 어떤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지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메시지를 보내는 앱에 신경 자극 설정을 바꿀 권한까지 줄 이유는 없다. 외부 연결에 문제가 생겨도 사용자에게 필요한 보조 기능은 가능한 한 안전하게 유지돼야 한다. 업데이트는 출처와 변경 내용을 확인한 뒤 적용하고, 실패했을 때 복구할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신경 데이터도 목적에 필요한 만큼만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보안 기능 자체가 사람을 다치게 해서도 안 된다. 의심스러운 연결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몸에 연결된 모든 기능을 일괄 정지시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과 공격 경로를 구분하고, 의료진이 검증한 안전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판단은 보안 엔지니어 혼자 내리기 어렵다. 뇌과학 연구기관과 병원이 개발 초기부터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준비는 일부 이미 시작됐다. 미국 FDA는 의료기기의 설계와 심사 자료에서 사이버보안을 다루는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몸에 연결되는 통신기기 역시 기존 의료기기 보안 지침과 그 적용 경험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통신과 신체 기능이 더 깊이 결합한다면, 의료와 정보통신 분야가 함께 정해야 할 기준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를 넘어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 일을 국가별로만 준비해도 괜찮을까. 장치를 만드는 회사, 수술과 관리를 맡는 병원,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가 서로 다른 나라에 있을 수 있다. 한 제품에서 발견된 취약점이 여러 나라의 사용자에게 동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는 국가를 넘어서 신경기술의 안전과 보안을 다루는 상설 협력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련 국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는 2025년 11월 11일 신경기술 윤리 권고를 채택했다. 그중 한 문장이 이 문제를 잘 설명한다.
정신적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정체성과 주체성, 그리고 인간 존엄의 보호에 필수적이다.
유네스코 신경기술 윤리 권고 제49항의 첫 문장을 번역했다. 내가 바라는 기관은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공동 시험 방법을 만들고, 취약점과 사고 정보를 공유하며, 실제 대응을 조정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각국의 규제기관, 연구소, 병원,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체로 시작할 수 있겠다. 강제 조사나 시정 명령까지 할 수 있는 초국가적 기관으로 발전시키려면, 국가 간 합의와 법적 권한에 관한 논의가 별도로 필요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 할까
그 기관에서 일할 사람들도 생각해 봤다. 보안전문가, 뇌과학자, 하드웨어 전문가, AI 모델링 엔지니어, AI 운영 엔지니어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준비하려면 다음과 같은 역할이 함께 필요할 것 같다.
| 필요한 역할 | 함께 맡아야 할 일 |
|---|---|
| 보안 연구자·암호 전문가 | 장치와 통신망의 위협을 분석하고, 인증·권한·암호화 방식을 설계한다. |
| 뇌과학자·신경과·신경외과 의료진 | 신경 신호의 의미와 개입의 한계를 연구하고, 자극과 오작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다. |
| 하드웨어·펌웨어·생체재료 전문가 | 이식 장치의 발열, 전력, 내구성, 조직과의 적합성, 안전한 동작을 다룬다. |
| 신호처리·AI 모델링 엔지니어 | 신경 신호를 해석하고, 사람마다 다른 특성과 불확실성을 모델에 반영한다. |
| AI 운영·서비스 운영 엔지니어 | 모델의 성능 변화와 이상을 감시하고, 검증된 업데이트·복구·장기 지원을 운영한다. |
| 안전공학·품질·독립 검증 전문가 | 고장과 공격 상황에서 사용자가 입을 피해를 평가하고, 제품과 보안 기능을 독립적으로 시험한다. |
| 법률·신경윤리·개인정보 전문가 | 동의, 정신적 프라이버시, 사고 책임, 데이터 이용 범위와 연결을 거부할 권리를 다룬다. |
| 사용자 경험·접근성 전문가와 당사자 대표 | 사용자가 연결 상태와 권한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 생활의 요구를 설계에 반영한다. |
| 사고 대응·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 취약점 신고와 국제 공조를 맡고, 피해자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원인과 증거를 조사한다. |
| 국제정책·표준·규제 전문가 | 국가별 기준을 조율하고, 공동 인증과 사고 보고, 지원 종료 이후의 책임을 협의한다. |
특히 실제로 장치를 사용하는 당사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한 기능도 사용자가 불편하거나 위험하게 느낄 수 있다. 연결을 끊고 싶을 때 끊을 수 있는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제조사가 사라졌을 때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처음부터 논의할 문제다.
국제 기관의 권한도 같은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보안을 위한 기관이라는 이유로 모든 사람의 신경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거나, 개인의 장치에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정보만 공유하고 기관의 접근 권한도 독립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사람의 판단과 신체에 가까운 기술을 다룰수록 이를 관리하는 조직에도 엄격한 제한이 필요할 것이다.
120세에도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
미래의 통신기기를 생각하면서 지금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일을 준비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보안과 뇌과학을 연결하는 사람, 신경 데이터를 다루는 AI를 검증하는 사람, 몸에 연결된 장치를 수십 년 동안 안전하게 운영하는 사람이 필요해질 수 있다. 각자 익힌 기술을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써 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나는 이런 미래를 꽤 기대한다. 120세까지 건강하게 살며 새로운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신체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그보다 더 오래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소 수명 120세’나 사이보그화를 통한 수명 연장은 아직 확정된 전망이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그 미래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비교적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로 더 편하게 생활하면서, 그 기술을 안심하고 쓰는 데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 미래에 필요할 전문성을 지금부터 준비해 오래 활용할 수 있다면 꽤 멋진 노후가 되지 않을까.